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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허실실虛實實 몸 쪼가리 Empty but Real: A fragment of the body

 

전시기간:2018.12.28.~2019.1.11.

전시장소:MMCA 고양레지던시 전시실

참여작가:김도희, 김소영, 오화진

기획:김도희

 

  김도희, 김소영, 오화진의 작업에는 공통적으로 ‘몸’이 등장한다. 특히 이들의 작업에서 몸은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완성체가 아닌 어떤 토막이나 조각난 형태, 이른바 몸 쪼가리로 등장한다. 김도희의 몸 쪼가리는 삶의 허상성 아래 감각을 증폭시키는 물질로 제시되어 다른 존재감을 뿜는다. 김소영의 몸 쪼가리는 다른 서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포즈를 달리하며 생경한 풍경을 구성한다. 오화진의 몸 쪼가리는 인연에 따라 그 모습이 자라나고 끊임없이 변화한다. 세 작가가 마음껏 자르고 접붙이고 가지고 노는 몸 쪼가리는 전통적 토르소와는 다르다. 전통적 토르소가 한가지 진리를 재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자를 대상화하고 그 사이의 무수한 유사성을 억압한 결과라면, 이들 세 작가의 몸은 오히려 더 기꺼이 찢어지고 잘리고 흩어지는 것으로 단단한 주체를 와해시키고 타자와 접붙으며 변화하는 현실을 감각한다. <으~허실실虛實實 몸 쪼가리_ Empty but Real: A fragment of the body>는 이들 세 작가의 조각난 몸들이 매개하는 현실 감각에 주목하여 마련된 전시이다.

 

  하나의 뇌로 연결되는 신경을 죽여버리면 저 멀리 발가락은 그 옆의 돌멩이와 비슷하게 감각될 것이다. 그러나 이상스럽게도 우리가 감각하는 ‘돌멩이와 닮은 발가락’은 전혀 ‘돌멩이와 같다’고 할 수 없는 생경함이 있는데 아마도 완결된 몸의 부분으로서의 감각과 그것에서 떨어져 나온 개체로서의 감각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모든 신경과 혈류가 멈춰버린 상태를 우리는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로소 ‘사람’이라 불렸던 덩어리가 변화에 가속을 얻고 그 몸의 한계에서 벗어나 무엇이 될지 모를 가능성의 물질이 될 수 있음을 떠올리자면 기묘한 ‘해방감’ 또한 느껴지지 않는가?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는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창조적 미덕을 갖춘 인간존재의 가치를 발견했었다. 그는 대부분의 구석기 벽화에서 인간 형상의 왜곡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을 자기 훼손의 충동이자 예술 행위의 핵심이라 주장한 바 있다. 벽화를 그렸던 구석기인들은 이러한 파괴적 구성행위를 통해 하나의 자아가 총괄하는 현실에서 잠시 초월하여 다차원적 현실로 옮겨가는 듯한 쾌감과 자부심(바타유의 표현에 따르자면)을 가졌을 것이다. 김도희, 김소영, 오화진의 작업에서 몸 쪼가리를 통해 '생경함'과 ‘쾌-快’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들의 작업에서 등장하는 몸 쪼가리는 인간의 몸이 미시적 차원에서 돌멩이나 떨어진 나뭇잎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무엇과도 자유롭게 교감하고 변신할 수 있다는 다차원적 현실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기존 주체 중심의 재현구조 안에서 타자들 사이의 차이를 과도하게 강조하여 결과적으로 구조의 해체보다는 경계가 강화된 것과도 달리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 <으~허실실虛實實 몸 쪼가리_ Empty but Real: A fragment of the body>는 이 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주체가 부여한 일관적 의미로서의 현실이 사라진 상황(허-虛)’에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는다. 몸 쪼가리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중에 세 작가의 개별적 현실감이 새롭게 생성(실-實)되는 풍요한 세계를 포착하려 한다. _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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