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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비가역성에 관한 건조한 고백
A dry confession about the irreversibility of the lake
말린 대청호물고기;생태계교란종, 말린 대청호 풀, 다양한 연령의 옷
dried lake fish, dried lake plant, clothes of various ages
installation, various size, 2019
Daecheongho Museum< Accupation>2019: Fictional Organic
나에게 대청호는 과거 물에 잠긴 땅과 현재 물 속의 것, 그리고 물 밖의 풍경이 뒤섞인 경험이다. 호수가 있던 지역이 과거 6개의 마을이었다는 사실과 관련된 장면, 사물, 감각이 현재의 풍경과 겹쳐 재현되는 것이다. 수몰 전 상태로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대청호의 비가역적 상황은 마음속의 어떤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수몰민에게 있어서 이곳은 고향에 대한 아련한 기억만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가역성에 따른 더욱 복잡한 감각이 연동되어 경험될 터이다. 깊이 잠긴 물 속을 바라보기 두려운 마음은 실재하는 감각을 토대로 일어난다.
전시장을 마음속 시계장치 처럼 여기고 세탁기의 물이 탈수되듯 호수의 물이 일순간에 급속으로 빠진 후 말라버린 가상의 뒤섞인 시공을 설정했다. 수몰민이 모는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를 돌 때 호수의 인위적 순환을 위해 장치한 높은 분수을 만났고 시간을 탈색하는 장치같다는 상상을 했었다. 물이 잠기기 전 여섯개의 마을이 있던 당시에는 살지 않았을 수초와 잡풀들, 현재의 거주민이라 할 수 있을 외래종 물고기들, 그리고 막 탈수가 끝나서 아무렇게나 엉켜 있는 다양한 연령의 옷 뭉치를 함께 바짝 말린 듯 설치하여 평화로운 호수풍경 아래 보이지 않는 메마른 응어리처럼 선명히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에 대한 감각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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