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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월곡 88, Hawolgok88

책 소개

김도희는 2015년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하월곡 88번지)에서 1인 프로젝트 ‘벽_잠행_바닥’,‘Wall_Stealth_Floor’을 진행하였다. 

'벽_잠행_바닥’은 작가가 홀로 약 10여년 전의 큰 화재 이후 출입금지구역으로 방치되어 온 성매매업소 건물을 몰래 오가며 쓰레기를 치우고 재를 닦아낸 작업이다.

본 책 ‘하월곡88’은 프로젝트 당시에 쓴 글과 스냅사진을 정리하여 책으로 제작, 작가 서명을 기입한 200권 에디션이다.

 

작가의 말

 

하월곡 88번지 전소된 2층 건물. 다른 업소의 옥상에서 건너뛰었다가 발견한 잿더미가 나를 끌어당겼다. 

코를 지르는 악취가 아늑했다. 처음 만난 곳이지만 혈육의 무덤처럼 낯익었다. 죽은 몸이 그렇듯 눈을 흘기지도, 내게 달려들지도 않았다. 할 만한 건 청소 뿐이었다. 

그 핑계로 이곳에 치대로 말을 걸어보고 다가가려 억지를 써 보았다. 내 감각과 살에 닿는 것들을 통해, 사라진 것을 잊으려 애쓰는 대신 지금도 숨이 붙어 실핏줄을 나누는 것들을 헤아리려 했다. 

이곳의 시간이 흐르는 방식을 생각하면 내 통각에 관해 말하는 것을 호사이다. 몰래 오가며 잿더미를 벗겨낸 한 달, 그 전보다 많이 보았고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다고도 이해한다고도 말하지 않으련다.

 

 

2017년 6월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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